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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

"미장이 근본"이라던 놈들아, 지금 내 계좌나 봐라.(근데 솔직히 나도 쫄린다)

by 조나단 리빙스턴 2026.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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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인줄 알았는데 다시보니 128%이다.

 

"미장이 근본"이라던 놈들아, 지금 내 계좌나 봐라.
(근데 솔직히 나도 쫄린다)

1. "국장(K-장)은 쓰레기"라며 비웃던 너희들에게

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다. 술잔을 기울이며 내가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에 너희들이 보였던 그 같잖은 반응을 아직도 기억한다.

"야, 이제 한국 시장도 좀 봐야 하지 않겠냐? 흐름이 심상치 않아."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너희는 마치 주식 시장의 현자라도 된 양 훈수를 뒀지.

"미쳤냐? 국장을 왜 해? 거긴 박스피야, 답이 없어."

"미국 주식이 근본이야. 국장 탈출은 지능순 몰라? "

"국장을 한다고? 애국자네. "

그때 너희들의 눈빛에 서려 있던 그 묘한 우월감과 무시. 마치 시골 촌놈이 서울 구경하고 싶다고 말할 때 쳐다보는 듯한 그 시선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 너희 말대로 미국 시장은 거대하고 합리적이며 '근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근본 타령하는 동안 너희 계좌는 안녕하신가? 환율 핑계 대고, 금리 핑계 대며 마이너스 난 계좌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거, 내가 모를 줄 아나?

인간에게는 식욕, 성욕만큼이나 강렬한 욕구가 하나 있다. 바로 '인정 욕구'다. 내가 옳았고, 너희가 틀렸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그 유치하고도 강력한 욕망. 지금 내 입이 근질거려 미치겠다. 단톡방에 수익률 캡처 하나 툭 던지며 "내가 국장 하라고 했제?"라고 비아냥거리고 싶다. 너희가 그토록 무시했던 한국 시장에서 내가 얼마나 달콤한 과실을 따먹었는지, 그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2.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28%의 쾌락)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건 계좌의 숫자다. 작년과 올해, 딱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내가 거둔 수익률은 84%다. 여기서 안전 지향적인 연금 계좌를 제외하고, 내가 직접 야수의 심장으로 굴린 트레이딩 계좌만 놓고 본다면?

▼ 수익률 인증 샷 (전체계좌) ▼

"수익률 128%"

원금이 두 배 하고도 28%가 더 불어났다. 은행 이자가 3~4%인 세상에서, 1년 만에 128%라니. 이건 솔직히 마약이다. 도파민이 뇌를 절여버리는 기분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HTS를 켜는 게 즐겁다. 빨간 불기둥이 솟구치는 걸 볼 때마다 내가 마치 워런 버핏의 숨겨진 수제자라도 된 것 같고, 여의도 펀드매니저들 뺨을 후려칠 감각을 지닌 것만 같다. 친구들이 "미장은 장기투자야"라며 정신승리 할 때, 나는 매일매일 불어나는 잔고를 보며 쾌재를 불렀다.

"봐라, 이게 실력이다. 너희가 쳐다보지도 않던 그 시장에서 나는 승리했다."
이 말을 하고 싶어서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3. 가면을 벗고 거울 앞에 서라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 뽕에 취해 흥분한 상태를 가라앉히고, 조용한 방에서 홀로 거울을 본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아주 냉정하고 진지하게 물어본다.

"야, 너 솔직히 말해봐. 이게 진짜 네 실력이냐?"

"네가 기업을 분석하고, 시황을 읽고, 남들이 못 보는 가치를 발견해서 번 돈이냐?"

대답은 참담하게도 'NO'다.
인정해라. 너는 실력으로 돈을 번 게 아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태풍이 불면 칠면조도 하늘을 난다는데, 지금 내가 딱 그 꼴이다. 시장이라는 거대한 태풍이 불어주니, 날개도 없는 주제에 하늘 높이 떠올라서는 자기가 새인 줄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무지'를 고백해보자.
주식 공부를 하겠답시고 밀리의 서재에서 추천도서 몇 권을 봤다. 하지만 그 옛날 공부하듯 제대로 읽기나 했나? 재무제표의 기본이라는 선행 PER, EPS, ROE, PBR... 이런 용어들이 나오면 아직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 누군가 나에게 "이 기업의 적정 주가가 얼마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거나 "ROE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거다. 남한테 설명은커녕, 나조차도 개념이 헷갈려서 네이버 검색창을 뒤적거려야 하는 수준이다.

차트는 또 어떤가. 기술적 분석이 중요하다며 차트 설정은 이것저것 해놨지만, 정작 나는 까막눈이다. 골든크로스가 나오면 무조건 오르는 건지, 장대음봉이 나오면 튀어야 하는 건지, 거래량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나는 아무런 기준이 없다. 그저 빨간색이면 흥분하고 파란색이면 우울해하는, 1차원적인 반응만 할 뿐이다.

4. 비겁한 승부수, 레버리지와 ETF

내 무지는 나의 투자 방식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나는 개별 종목을 깊게 파고들 자신이 없었다. 어떤 회사가 돈을 잘 버는지, 어떤 회사가 기술력이 좋은지 분석할 실력도, 끈기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이 뭐였나? 바로 '업종 ETF''지수 레버리지'다.

이건 투자가 아니라 베팅이었다. "국장이 오르면 이게 좋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 하나로, 시장 전체를 사는 상품에 돈을 태웠다. 그것도 모자라 2배 수로 움직이는 레버리지 상품에 손을 댔다. 분석할 능력이 없으니, 시장의 방향성에 내 운명을 맡겨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이 올랐으니 망정이지, 만약 작년에 하락장이 왔다면? 나는 -50%, -60% 계좌를 끌어안고 한강 물 온도를 체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수영을 잘해서 바다를 건넌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나는 튜브 위에 누워 있었고, 파도가 나를 목적지까지 밀어준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내 수영 실력 봤냐?"라며 으스대고 있다. 이 얼마나 웃기고 소름 끼치는 상황인가.

5. 뼈를 때리는 일침, "정신 차리세요"

오늘 오전, 내가 항상 챙겨보는 '증시 각도기' 채널의 곽상준 대표님 영상에서 항상 하는 말이지만 오늘 또 하신다. 

"정신 차리세요. 장이 좋아서 수익이 난 걸 당신의 실력인 양 착각하지 마세요. 그건 시장이 준 선물이지, 당신이 쟁취한 전리품이 아닙니다. 이걸 구분하지 못하면, 나중에 장이 꺾일 때 그 수익을 고스란히, 아니 그 이상으로 뱉어내게 될 겁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지금 내 꼬라지가 딱 그짝이다. 나는 지금 운 좋게 얻어걸린 수익을 내 실력인 양 포장해서 친구들에게 과시하려 하고 있었다. 그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시장은 겸손하지 않은 자에게 가장 가혹한 벌을 내린다는데, 내가 지금 그 단두대 앞에 제 발로 걸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이야 한국장이 불타오르니 닐리리맘보 춤을 추고 있지만, 언젠가 파티는 끝난다. 음악이 멈추고 조명이 꺼졌을 때,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락장이 시작되면 어떤 종목을 손절하고, 어떤 종목을 저가 매수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나?
없다. 나에겐 그럴 능력이 없다. 위기가 닥치면 나는 공포에 질려 뇌동매매를 하다가, 그동안 번 돈을 전부 시장에 반납하고 깡통을 찰 게 뻔하다.

6. 결론: 닥치고 공부해라. 아직 멀었다.

그러니 정신 차리자. 제발 정신 좀 차리자. 친구들한테 "내가 맞았지?"라고 으스대고 싶은 그 얄팍한 입을 닫아라. 그 입을 놀릴 시간에 차라리 재무제표 보는 법을 한 글자라도 더 봐라. 차트의 역사를 복기하고, 거시 경제의 흐름을 공부해야 한다.

지금의 128% 수익은 내 실력이 아니라, 시장이 나에게 잠시 맡겨둔 '보관금'이라고 생각하자.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돈은 언제든 썰물처럼 빠져나갈 모래성이다.

자랑하고 싶으면, 진짜 실력을 갖추고 나서 해라. 어떤 장세가 와도 내 원칙대로 대응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진짜 고수'가 되었을 때, 그때는 굳이 입 아프게 떠들지 않아도 계좌가 증명해 줄 것이다. 지금은 납작 엎드려야 할 때다. 운이 실력으로 바뀔 때까지, 부족함을 채우고 또 채워야 한다.

시장이 좋아서 잘된 것을 내 실력이라 착각하지 말 것.

자랑하지 말 것. 자만하지 말 것.

나는 아직, 주식 시장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에 턱없이 부족한 '운 좋은 초심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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